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초등학교 때 얻은 트라우마로 대학교 때까지 난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어느 순간 이런 내가 한심해 뒤돌아 정면으로 이것을 깨기로 했고, 많은 노력을 했지만 가장 방점을 찍었던 순간은 대학교 단과대 학생회장 출마 연설을 할 때였다. 수없이 많은 학우들 앞, 대강당, 학생회관, 교실 앞에서 연설을 했지만 할 때마다 참 적응이 안되는 기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설을 할 때마다 조금씩조금씩 내 안의 트라우마가 사라져가는 것을 느꼈다. 몇 년이 지난 지금, 그때의 익숙함과 자신감은 다소 사라진 것 같지만 얼마 전 3, 40명 정도 되는 사람들 앞에 간단하게 자기소개할 때에 이상하리라만치 떨리지 않았다. 내가 기억하는 나는 몇해전까지만 해도 덜덜 떠는 사람이었는데 말이다. 수없이 연설 연습을 할 때, ..
평소에 나는 걱정을 많이 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요리 재료를 사야 하는데 내가 갈 마트에 재료가 없어 발길을 돌려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 목적지 근처에 차를 대야 하는데 차를 댈 곳이 없으면 어쩌나 하는 사소한 걱정 말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걱정들 대부분 '현재'에 대한 걱정이 아닌 '미래'에 대한 걱정이다. 때로는 이 걱정이 지나친 스트레스를 불러오는 것을 알고 있고, 또 의연히 대처하려고는 하지만 생각만큼 잘 안 될 때도 많다. 데일 카네기는 이런 상황에 대비해서 독자들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 간단한 해법을 제시한다. 책에서 기억에 남았던 부분은 오늘 하루를 충실하게 살고, 미래에 대해 조바심 내지 마라.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받아들일 마음의 ..
이번에 읽은 책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 소설 하쿠바산장 살인사건이다. 오빠의 석연치 않은 죽음에 의문을 품고 직접 파헤치고자 친구와 함께 떠난 주인공. 산장 곳곳에서 퍼즐 형식의 단서를 발견하고 오빠의 죽음은 자살이 아닌 타살임을 밝혀내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치밀한 단서들의 조합과 짜임새에 신비함을 느꼈다. 아쉽게도 우리에게 익숙한 소재가 아닌 영국 민요 같은 소재를 사용하다보니 익숙하지 않은 부분이 많았다. 단서들을 연결하는 것 또한 생소한 소재다보니 쉽지가 않았다. 근무시간에 보다보니 흐름이 한번 끊기면 이해하기 어려워지는 것도 있었기에 나중에 다시 한번 더 정독할 계획이다.
몇 년 동안 스테디셀러였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내가 다니는 직장 서고에 보였다. 언젠가는 볼 거라며 미루고미루다 완독했다. 어딘가 어수룩해보이는 도둑 3인조가 차를 훔쳐가다 고장이 나버려 근처 가게에서 숙박을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할짓 없는 도둑들은 웬 상담편지를 읽어보며 성심성의껏 답변을 해준다. 가게의 문을 열어놓으면 과거와 현재가 이어져서 과거의 편지가 현재로, 반대로 우유 상자에 넣은 편지는 다시 과거로 간다. 묘한 쾌감을 느끼며 계속 들어오는 편지에 답변을 계속 해준다. 그러다 다른 시간의 세계에서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나중에 이 모든 이야기가 얽히고설키며 아동보육시설인 환광원이 연결고리로 부각된다. 거기서 자라난 아이들을, 혹은 관련있는 사람들이 주인공이 되어 옴니버스 형식으로 이야기..
몇 만년의 역사 동안 신이 된 동물, 호모 사피엔스의 태생과 발전을 연구하며 통계학, 지리학, 정치학, 경제학, 기상학 등 각종 학문을 집대성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떻게 태어났고 어떻게 발전했으며, 어떻게 대륙간에 이동을 하게 되고, 또한 어떻게 멸종하게 됐는지 상당히 근거가 있는 추론으로 이론을 전개한다. 개인적으로 창조론을 믿지 않고 진화론을 믿었지만 이 책을 보고서는 진화론에 더욱 무게를 두게 되었다.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을 통해 사피엔스의 역사를 서술하며, 인과관계를 명확히 설명하여 처음 보는 독자로서도 이해하기 쉽게끔 해준다. 특히나 농업혁명은 인구의 부양력을 과도한 정도까지 끌어올리게 했고, 과학혁명으로 상당히 높아진 부양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농업혁명은 저자가 비판을 하..
불행하게도 복잡한 인간사회에는 상상의 위계질서와 불공정한 차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모든 위계질서의 도덕성이 같은 것은 아니고, 일부 사회는 다른 사회보다 더욱 심한 차별로 고통받는 것이 사실이다. 사람들은 자기 사회의 구성원들을 가상의 범주에 따라 분류하여 사회에 질서를 창조하는 일을 되풀이했다. 예컨대 귀족과 평민과 노예, 백인과 흑인, 고대 로마의 귀족과 평민, 부자와 가난한 자 등이었다. 이런 범주는 어떤 사람을 법적이나 정치적으로, 혹은 사회적으로 다른 사람보다 더 우월하게 만듦으로써 수백만 명의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조율했다. 물론 사회적 차별이 형성되는 데는 타고난 능력의 차이도 한몫하지만, 능력과 성격의 다양성은 보통 상상의 질서의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첫째이자 가장 중요한 점은..
역사의 진로를 형성한 것은 세 개의 혁명이었다. 약 7만 년 전 일어난 인지혁명은 역사의 시작을 알렸다. 약 12,000년 전 발생한 농업혁명은 역사의 진전 속도를 빠르게 했다. 과학혁명이 시작한 것은 불과 5백 년 전이다. 이 혁명은 역사의 종말을 불러올지도 모르고 뭔가 완전히 다른 것을 새로이 시작하게 할지도 모른다. 이들 세 혁명은 인간과 그 이웃 생명체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이것이 주제다. 사피엔스의 성공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우리는 어떻게 생태적으로 전혀 다른 오지의 서식지에 그처럼 빠르게 정착할 수 있었을까? 우리는 어떤 방법으로 다른 인간 종들을 망각 속으로 밀어넣었을까? 튼튼하고 좋으며 추위에 잘 견뎠던 네안데르탈인은 어째서 우리의 맹공격을 버텨내지 못했을까? 논쟁은 뜨겁게 계속되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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