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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으로 이 책을 읽었다.
현대를 살아가는 지식인들은 거의 모두가 한쪽 진영에 치우쳐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곤 한다. 종종 맹목적으로 어떤 논리를 주장할 때마다 눈살이 찌푸려지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러려니하고 그런 모습에 익숙해져있다. 일종의 선전에 무감각해지는 것이다. 저자 촘스키는 표현할 수 있는 자유, 그 자체를 주장한다.
1장에서는 지식인에 대한 저자의 생각과 소위 지식인이라고 불려지는 유명한 사람들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룬다. 지식인을 어떤 사람이라 정의하냐는 질문에,
"마음가짐으로 정의하고 싶습니다. 말하자면 인간의 문제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자기 나름대로 이해하고 통찰해보려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합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정규교육을 전혀 받지 않았지만 적어도 내 눈에는 훌륭한 지식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알고 있습니다. 거꾸로 이런 이상에 전혀 부응하지 못하지만 세상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대학교수들과 저술가들도 많이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답변을 한다. 뒤에 나오는 지식인의 역할은 진실을 말하는 것인데, 진실을 무엇이라 생각하냐는 질문에,
"현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이 진실입니다. 진실된 말은 꾸밀 필요가 없습니다. 꾸민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결국 현실을 사실대로 설명할 때 우리 모두가 진실에 가까이 다가설 수 있습니다"
엘살바도르 사건과 바츨라프 하벨 투옥 사건을 설명하며 지식인과 언론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얼마나 민중들을 우롱할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미국 땅에서 라틴아메리카 지식인 6명이 암살당한 사건이 당시 전혀 보도가 되지 않았고, 나중에야 이 같은 만행이 알려지면서 국제사회에서 비판 여론이 들끓었으며, 만행 군인 중 일부가 미국 조지아 주 포트 베닝에서 군사교육을 받았다는 사실 때문에 미국 정부의 반공산주의 이미지가 크게 훼손되었다. 그 당시 어느 지식인도 이 사건을 언급하지 않았고 진실 앞에 눈감았다. 결국 현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 그 자체가 지식인이 가져야 할 기본 소양이라고 하는 저자에 나도 공감이 되는 바이다.
1970년대 말, 리옹 대학의 프랑스 문학과 교수이던 로베르 포리송이 제2차 세계대전 동안 나치가 가스실을 이용해 유대인을 학살했다는 주장을 부인하는 바람에 교수직에서 해임된다. 촘스키는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탄원서에 서명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다른 서명자 500명과 함께 기꺼이 서명에 참여했다. 이 행위는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왔는데, 프랑스 언론은 그 탄원서를 '촘스키 탄원서'라 소개함과 동시에 포리송의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이라는 낙인을 찍었다. 그러나 문제의 탄원서에는 포리송의 주장에 대해서는 단 한 줄도 언급되어 있지 않았고, 오직 표현의 자유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에서 작성된 것일 뿐이었다.
훗날 촘스키는 이 사태를 해명하고자 표현의 자유에 의견을 제시했다.
"어쨌든 내가 포리송 사건에 관심을 가진 것은 표현의 자유라는 근본적인 권리가 중대하게 침해당했기 때문입니다. 다른 이유는 없었습니다. 그 이후로도 나는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탄원서나 선언에 주저없이 서명해왔습니다. 그렇다고 내가 특별한 사람인 것은 아닙니다. 문명의 근본원리를 지키고 공민권을 옹호하는 사람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거듭 말하지만 내게 중요한 것은 표현의 자유입니다. 우리가 증오하는 사람들에게도 표현의 자유가 허락되어야 합니다. 우리 마음을 흡족하게 해주는 생각만을 인정해서는 안 됩니다. 이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우리가 진실로 정직하다면, 괴벨스와 즈다노프의 주장까지도 수긍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 마음에 드는 표현만 인정한다면 우리가 그들과 다를 바가 무엇이겠습니까!"
어떤 주장을 한 단계 넘어서는, 표현할 수 있는 자유 그 자체를 주장하며 자유를 지키려고 노력을 하는 모습에서 진정한 지식인으로서의 모습이 엿보인다. 괴벨스의 호전적 애국주의에 인종차별주의까지 더해진 국가사회주의까지도 표현을 할 수 있어야 하고, 또 방해받아서는 안된다는 촘스키의 말에, 저자가 진정 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 단번에 파악할 수 있었다.
사실 독일을 패전국으로 만들었고 한동안 독일 국민들을 광란에 빠뜨렸던 미친 논리에까지도 촘스키의 논리를 적용을 할 수 있는지는 망설이게 된다. 유럽 전역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고 수많은 사상자들을 낳게 했던 주장도 표현을 할 자유를 줄 수 있을까? 저자의 주장에 거의 동감하는 바이지만, 많은 피해자들을 낳았던 괴벨스, 나치에 대해서는 조금 회의감이 든다.
어렸을 때에는 연예인들이 정치 관련된 발언을 하는 것에 부정적이었다. 특정 연예인들을 좋아하는 팬들이 정치적 성향마저 닮아갈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그러나 지금은, 홍콩 사태를 겪으며 중국 배우 주윤발, 양조위가 중국의 블랙리스트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소신 발언을 이어가는 것을 보고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그들 나름대로 후폭풍을 감당할 엄청난 용기를 내어 발언을 한 것이기에 주장하는 논리가 옳고 그름을 떠나 존중을 받을 필요가 있고 어릴 적 내가 우려했던 부정적인 현상은 아주 작은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3장에서는 미국 사회에서 권력기관, 기업, 언론, 라디오가 동원되어 사회 유지를 위해 선전을 하는 행태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최강대국들, 거대한 다국적기업들, 금융기관과 국제기관이 공동의 이익을 위해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거대한 네트워크를 맺고 있습니다. 실제로 요즘 들어 대부분의 경제활동이 과점 형태로 이뤄진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적어도 과점 형태의 시장으로 변해가는 것은 사실입니다. 말하자면 강력하고 전제적인 힘을 지닌 소수 집단이 초강대국을 등에 업고, 때로는 국가의 정책 결정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일부 경제 분야를 지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사회민주주의 사상과 다소 급진적인 민주주의 사상의 유입으로 기업의 지배가 위협받자, 선전은 더욱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여론과 행동을 통제하기 위해 언론기관과 홍보 기관이 총동원되었습니다. 기업계 지도자의 표현대로 '개똥철학', 즉 '순간적으로 유행하는 소비재와 같은 천박한 것'에 집착하는 인생관을 노동자들에게 심어주면서 그들이 장시간 노동에 기꺼이 수용하도록 만들었습니다. 타인에 대한 연민, 타인과의 연대 등과 같은 위험한 생각을 잊게 만들었습니다. 요컨대 인간의 가치를 완전히 망각하도록 만들었습니다"
법적으로 기업은 정부에 종속되어있지만, 정부는 기업 없이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기업은 기꺼이 정부의 도구가 되었으며, 또한 정부의 지배자가 되어가고 있다. 특히나 우리나라의 경우 독보적인 기업들이 존재하는데, 그들과 정부 간의 어떤 커넥트가 없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민중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지식인들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지식인은 입을 다문 채 대중을 종속시키려는 이러한 음모에 가담한다. 그들의 밥줄이기 때문이다.
4장에서는 자본주의라고 일컬어지는 현대사회를 비판하며 진정한 자본주의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일갈한다.
"자본주의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순수한 시장경제의 의미에서 자본주의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비용과 위험을 공동으로 부담하는 거대한 공공 분야와, 전체주의적 성격을 띤 거대한 민간 분야가 양분하고 있는 경제 현실에 우리는 살고 있을 뿐입니다. 이런 세상은 자본주의가 아닙니다"
더불어 우리가 내리는 결정에 영향을 받게 되는 미래 세대들에 대해 우려한다.
"환경에 대한 여론의 우려는 대단하지만 우리는 시장이 지배하는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장기적 결과가 무시되어 정책 결정에 실직적인 영향을 거의 미치지 못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 뜻입니다. 환경 재앙으로 치러야 할 비용은 현재의 시장에서 아무런 권리도 행사하지 못하는 미래 세대의 몫입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려면 교육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민간 단체의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요컨대 힘이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 힘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문제를 희석시키려는 사람들이 과시하는 권력이나 재력과는 다른 힘입니다. 개인의 이익을 도모하는 힘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법으로 보장된 굳건한 힘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힘만이 반시장경제에서 우리가 살아남고 번영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입니다"
NGO처럼 비정구기구들의 활동은 한국에서는 활발하지 않다. 왜냐하면 마땅치 않은 자금마련책으로 인해 기업에게서 돈을 받으면 친기업, 정부에게서 돈을 받으면 친정부 성향을 띠게 마련이고, 거기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이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시민들에게 받은 기부금 또한 어떻게 운용되는지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거의 없기에 유달리 한국은 NGO의 활동이 침체되어있다는 느낌이 든다.(당장 다음과 네이버의 유명 커뮤니티들만 봐도 기부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80% 이상이다) 그러나 NGO가 투명하게 운영이 되고 이상적인 방향으로 나아지게 된다면 촘스키의 말처럼 기업, 정부에 대항할 수 있는 가장 큰 집단을 형성하게 되어 미래 세대들에게 지어지게 될 짐이 한결 가벼워질 결과를 만들 것은 당연해보인다. 어떻게 완벽에 가까운 비정구기구를 만들어낼 것인가는 현재 세대가 끝없이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5장부터는 리뷰 2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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